석현이 태어나던 날

석현동현의 星/첫째별 석현

2000-01-17 04:53:00


2000년 1월 17일 월요일

어제 저녁 4시 50분 경 아내가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진통은 10~15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왔다. 예정일은 1월 10일로 7일이 지난 상태였다. 아기가 더 이상 커져 출산이 힘들어 질 것 같아 월요일에 병원으로 가서 촉진제를 받아 유도분만으로 출산을 할 예정이었다. 5시 30분 경 아내와 나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출산 준비품을 챙겨 6시에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향했다.

병원 분만실에는 담당 간호사 한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내는 옷을 갈아 입고 분만 대기실에 누웠다. 진통은 계속 되었고 간격은 줄어 들었다. 아내의 진통은 얼마 되지 않아 심해졌다. 아내는 매우 고통스러워 했고, 옆에서 보는 나로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아내가 무척 힘들어 보였다. 시간은 계속 흘러 갔고 아내는 더 이상 고통을 이겨내기 힘들었는 지 제왕절개수술을 하자고 보챘다. 의사와 간호사는 자연분만을 하기를 권유했고 수술도 야간에 하는 응급수술은 위험부담이 있고 마취를 하기에는 시간이 더 지나야 한다고 하였다.

아내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한 여자가 긴급하게 실려 왔다. 자궁외 임신을 하였는 데 자궁이 파열이 되어 수술을 해야 했다. 진료진이 진료를 할 수 있게 나는 분만 대기실에서 나왔다. 마침 외부 대기실에서 SBS-TV의 '생명의 기적'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수중분만과 외국의 사례들을 통해 생명 탄생이라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우리 나라가 한 생명의 탄생을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데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자격으로서 심한 분노를 느끼기까지 했다. 우리 나라의 제왕절개수술비율이 타 국가에 비해 너무 높았다. 출산과정에서의 수술대의 밝은 섬광과 메스같은 금속성을 띤 소리가 아이에게는 폭력이라고 까지 지적했다.

나는 이 방송을 보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으며 아내에게 힘이 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자연분만을 하자고 권유했다. 아내는 진통을 참을 만 했는 지 흥쾌히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 순간 아내에게 나는 말로는 못 할 경외감을 느꼈다.

이렇게 시간은 날을 넘기고 새벽으로 다가 가고 있었다.

아내는 새벽 4시 경에 분만 대기실에서 나와 분만실로 들어 갔고, 나는 그만 아내 곁을 떠나 밖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나는 혼자서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출산을 기다려야 했다. 나는 신에게 조용한 기도를 올렸다. 아내가 무사히 출산을 하고, 아이가 건강하게 나오게 해 달라고 말이다.

분만실에서는 가끔 아내의 고통에 지친 비명소리가 짧게 들려 왔다.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해 버린 느낌이었다.

새벽 4시 53분......

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내가 아빠가 된 것이다. 아이는 3.5Kg의 건강한 사내아이였다. 나는 짤막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아내를 볼 수 있었다.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해 낸 것이었다. 한 생명의 탄생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아이는 신생아답지 않게 얼굴에 주름 하나가 없었다. 깨끗하고 하얀 피부, 까만 머리카락, 너무 소중한 나의 아기였다.

아기야.

세상에 나온 것을 축하한다. 이제 너와 내가 아들과 아빠라는 관계를 맺었구나. 나는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마. 넌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란다.

아기야, 아빠는 널 사랑한다.

새즈믄해의 첫 선물을 받은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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